검찰과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전담 조직을 구축한 지 이틀 만에 긴급체포·압수수색 등 ‘속전속결’ 수사에 나서고 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행 법률을 근거로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서 향후 수사 구도에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사정 기관이 조율을 거쳐 수사 통로를 단일화하면 주요 피의자 진술·증거가 분산되거나 소환 조사 일정이 겹치는 등 수사 중첩 우려를 막을 수 있다. 반면 검경 및 공수처가 각자 수사 주도권만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걷는다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는 시작부터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고소·고발장이 접수돼 법률상 피의자 입건이 맞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7시 52분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소지하던 휴대폰도 압수했다. 김 전 장관이 “국민적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같은 날 오전 1시 3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6시간여 만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등 사실상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긴급체포의 경우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르면 9일께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도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폰을 분석하는 한편 이날 김 전 장관 공관과 국방부 장관 집무실 등에 수사 인력을 파견해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 전 장관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폰이 비상계엄 당시 사용한 게 맞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압수품 목록에는 휴대폰·PC·노트북 등 18점이 포함됐다. 경찰은 앞서 7일 저녁 김 전 장관에 대한 통신 영장을 발부 받아 통화 내역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이날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포함한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 소속 수사관 등 3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송영호 안보수사심의관을 필두로 한 기존 12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15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단으로 격상했다.
압수수색과 긴급체포 등 검경이 동시에 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한 부분이 변곡점으로 부상했다. 수사 중복의 경우 진행 정도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타 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른 것이다. 공수처는 근거로 김 전 장관 등을 대상으로 청구한 영장에 대한 법원 답변도 함께 내세웠다. 법원은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유사 내용 영장 중복 청구’를 사유로 기각하면서 “수사 효율 등을 고려해 각 수사기관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수처장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리·강제수사 착수 여부 등을 검토해온 만큼 향후 사건이 이첩될 경우 검사 15명과 수사관 36명을 전원 투입해 수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검찰·경찰 등에 증거·자료 제출과 함께 인력도 요청할 예정이다. 공수처법 17조 4항에는 ‘공수처장은 직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경우 검경에 수사 기록, 증거, 자료를 제출함과 함께 수사 활동 지원 등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건은 이미 압수수색·긴급체포 등 강제수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공수처 요구에 검경이 응할지 여부다. 검경은 각각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의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까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경찰은 내란죄가 고유 수사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3곳 사정 기관이 수사 통로 단일화를 이뤄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각 사정 기관 사이 신경전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예견된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권 조정, 공수처 출범 등 과정에서 개정·신설 법률안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들 사정 기관이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수사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영장에 따른 별도 조항을 두고 있다”며 “영장을 먼저 신청한 경우라면 경찰은 (영장에) 명시된 혐의에 대한 우선 수사권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법에서는 (공수처장) 필요에 따라 수사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며 “현재 각 사정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들 법에 대해 어느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