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무인항공기(드론)의 핵심 부품의 미국·유럽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것에 따른 조치다. 드론 부품 전반에 대한 대규모 수출 제한 조치가 이르면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모터, 배터리, 비행 컨트롤러 생산업체 등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대한 납품 수량을 제한하거나 출하를 완전히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 정부가 미국·유럽에 대한 드론 부품의 수출 제한 조치를 시작한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가 새해 시행할 것을 예상되는 드론 부품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제한의 서막”이라며 “부품 용도에 따라 라이선스 승인을 받는 형태가 되거나 혹은 수출 전 정부에 선전 계획 사전 통보 등의 형태를 갖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고조되고 있는 서방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중국에 대해 고대역폭 메모리(HMB)와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산 제품뿐만 아니라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된 제품도 규제 대상으로 삼았고 중국 반도체 기업 24곳과 장비업체 100여 곳 등 총 140곳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달 3일 중국산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몬, 초경질 재료 등 민간·군수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미·중 갈등의 고조에 중국의 보복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이 드론 기술과 관련해 미국·유럽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대만 외무장관이 지난달 대표단을 이끌고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드론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예고된 수순인 만큼 이번 수출 제한이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영국군 조종사 출신으로 여러 드론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얼은 유럽의 드론 개발자들이 공급망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며 “중국산 드론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서구에서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드론 제조 스타트업 실드AI(Shield AI)의 최고경영자 브랜든 승(Brandon Tseng) 역시 “제재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저렴한 드론 장비 생산의 중심지로 상업용 드론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수출 제한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옥스포드 인터넷연구소의 기술정책연구원인 키건 맥브라이드는 “중국의 드론 부품 수출 제한은 한국, 일본 또는 다른 지역의 공급업체와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명백하게 계산된 보복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