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 시장이 출렁이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은행 선물환 포지션 확대를 포함한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물환 포지션은 선물 외화 자산에서 선물 외화 부채를 뺀 것으로 정부가 한도를 규제한다. 은행의 외환 선물환 포지션 한도가 늘어나는 것은 4년 9개월 만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해외 자산을 운용하고 유동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선물환을 거래한다. 필요에 따라 외화와 원화를 주고받는 셈이다. 다만 외국환거래규정상 선물환 거래는 자기자본 대비 50%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은 자기자본의 5배까지 선물환을 거래할 수 있다. 환율이 급변하더라도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외환시장의 선물거래 규모가 수요보다 적은 상황이 많았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종류도 다양해졌다”며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은행 선물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 같은 시장 수요를 활용해 외환시장의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2020년 3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정부는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선물환 한도를 25%씩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당시 국내 스와프 시장의 하루 거래액은 약 120억 달러였는데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하루 50억~100억 달러의 외환이 더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외환시장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실제 시장 수요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 선물환 포지션 외에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 부채의 8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외화 부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막으려는 조치다. 문제는 재무 건전성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이 규제 때문에 외환시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융사의 유동성 의무 보유 물량이 줄어들어 해당 금액만큼 시장에 추가 공급이 가능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