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을 내란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11일 잇달아 제기됐다.
5선 중진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 현안 질문’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심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며 “정치적인 판단과 법률적 판단은 다르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법률적인 판단을 검토한 것을 제게 보내달라”고 박 장관에게 요구했다.
윤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언급하며 “(이 역시)통치행위라고 해서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있더라도 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5선 중진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폭동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이것(비상계엄)이 내란죄냐 아니냐는 우리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1997년 대법원 판례는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의 내란 혐의 등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한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이다. 윤 의원의 말대로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고 해석했으나 동시에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때 국헌문란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형법 제91조). 앞서 대법원은 ‘권능 행사 불가능’과 관련해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윤 의원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취지의 주장을 지속하자 본회의장에 출석한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야당 의원석에서는 윤 의원을 향해 “미쳤느냐”, “전두환”이라는 고성이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윤 의원에게 “대통령의 명에 의해서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다”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것을 통치행위로 이야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