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상 초유의 치안 수뇌부 체포… 술렁이는 14만 경찰 조직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

조사 후 새벽 시간에 긴급 체포

'경찰이 경찰 수사' 리스크 해소 해석

김용현 전 국방 구속영장 발부도 영향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청장 직무 대리

경찰청. 뉴스1경찰청.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 조직의 수뇌부 2명이 동시에 긴급체포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1일 오전 3시 49분께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스스로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청장은 이달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김 청장은 오후 5시 30분부터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에 각각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조 청장과 김 청장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이달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경력을 파견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에 출입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아 내란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보낸 의혹도 받는다.

앞서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해 분석한 뒤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조 청장은 조사에서 계엄령 발령 초반에 자신이 국회 통제를 지시했으며,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 통제는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신의 수뇌부를 긴급체포한 것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고 있다’는 내부 리스크 해소를 위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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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고위급 경찰관은 “검찰이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며 신병을 우선 확보했고, 영장까지 발부되면서 다음 칼날을 조 청장 등 경찰 관계자에게 겨눌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검찰이 경찰을 체포한다면 경찰 특수단이 수사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조처를 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급 경찰관은 “경찰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찰이) 밀리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며 “조 청장과 김 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긴급체포를 하면서 경찰 조직 내부 리스크를 우선 해소한 뒤 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을 거쳐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체포 이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한다면 석방해야 한다.

지휘부에 공백이 생긴 경찰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조 청장의 직무대리를 하며 조직 안정화에 나선다. 이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전국 경찰 지휘관 화상회의를 소집해 범죄예방 및 민생침해 범죄 단속, 겨울철 재난상황 대비 등을 논의했다. 이 차장은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맡은 바 직무에 매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의 직무대리는 최현석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맡았으며, 조 청장과 김 청장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직무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경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 확보에 빈틈이 없도록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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