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 조직의 수뇌부 2명이 동시에 긴급체포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1일 오전 3시 49분께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스스로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청장은 이달 10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김 청장은 오후 5시 30분부터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에 각각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조 청장과 김 청장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이달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경력을 파견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에 출입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아 내란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보낸 의혹도 받는다.
앞서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해 분석한 뒤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조 청장은 조사에서 계엄령 발령 초반에 자신이 국회 통제를 지시했으며,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 통제는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신의 수뇌부를 긴급체포한 것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고 있다’는 내부 리스크 해소를 위한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고위급 경찰관은 “검찰이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며 신병을 우선 확보했고, 영장까지 발부되면서 다음 칼날을 조 청장 등 경찰 관계자에게 겨눌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검찰이 경찰을 체포한다면 경찰 특수단이 수사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조처를 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급 경찰관은 “경찰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찰이) 밀리고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며 “조 청장과 김 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긴급체포를 하면서 경찰 조직 내부 리스크를 우선 해소한 뒤 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을 거쳐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체포 이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한다면 석방해야 한다.
지휘부에 공백이 생긴 경찰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조 청장의 직무대리를 하며 조직 안정화에 나선다. 이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전국 경찰 지휘관 화상회의를 소집해 범죄예방 및 민생침해 범죄 단속, 겨울철 재난상황 대비 등을 논의했다. 이 차장은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맡은 바 직무에 매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의 직무대리는 최현석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맡았으며, 조 청장과 김 청장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직무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경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 확보에 빈틈이 없도록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