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상승하고 나스닥종합지수의 2만 돌파를 이끌었던 기술주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하락했지만 10만 달러 선을 유지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34.44포인트(-0.53%) 하락한 4만3914.1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94포인트(-0.54%) 내린 6051.25에, 기술주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32.05포인트(-0.66%) 떨어진 1만9902.8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 자리에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각료 지명자들, 월가 최고경영자들, 부인 멜라니아를 비롯한 가족 등이 함께 했다. 트럼프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NYSE에 초대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종을 울린 후 “우리는 과거에 본 적 없는 수준의 경제를 일굴 것”이라며 “모두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응원보다 물가 지표에 더욱 주목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4% 올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PPI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아닌 사업자들 간 거래 가격으로 일종의 도매 물가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2월(4.7%)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로 전망치(0.2%)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상승했다. 글로발트인베스트먼트의 매니저인 키슈 뷰캐넌은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유망한 동시에 우려가 된다”며 “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3% 이하로 떨어지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면서 진전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별도로 발표된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직전주 대비 늘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1일~7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4만2000명으로 직전주 대비 1만7000명 증가하며 시장예상치(22만 명)를 웃돌았다. 이는 예상치 못한 실직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국채 시장에서는 전날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반등한 데 이어 PPI도 예상 수준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진전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2년 물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2.9bp(1bp=0.01%포인트) 오른 4.185%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2bp 상승한 4.323%에 거래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가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제외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라스트 마일’에서 상승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1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서 12월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전날 97.5%에서 이날 94.7%로 소폭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가 주춤했다. 테슬라는 1.57% 하락했으며 알파벳은 1.76% 내렸다. 어도비는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면서 주가가 13.69% 하락했다.
주요 가상자산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보다 1.4% 내린 1만7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반면 이더는 1.6% 오른 3897달러 선을 기록했다.
증시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한 분위기다. ‘리틀 버핏’으로도 불리는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경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적인 기업이 많을 수록 주식 시장과 임금이 오르고 일자리와 기회가 늘어나는 등 모든 것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차기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인 제레미 시겔은 내년에도 증시가 상승하되 상승률은 지난 2년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 가치 대비 적정 주가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2025년이 지난해나 재작년만큼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10% 이하의 상승률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유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27달러(0.38%) 낮아진 배럴당 70.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11달러(0.15%) 내린 배럴당 73.41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연속해서 오른 바 있다. 국제에너지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원유시장은 하루 140만배럴의 공급 초과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가 증산 계획을 완전히 취소하더라도 하루 95만배럴의 공급 과잉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