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대 회장 중 경제 관료가 다수였던 만큼 차기 회장도 경제 부처 출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반면 탄핵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능력이 검증된 내부 출신 인사를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3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지주 회장을 포함해 은행·생명보험·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까지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회장·은행장 등 주요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나선 반면 농협금융의 차기 경영진 인사는 늦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모범 관행에 따르면 임기 90일 전 차기 인선 절차를 개시하면 된다”면서 “발표 시기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투톱’인 이 회장과 이 행장이 동시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 당시 캠프에 영입한 1호 인사다. 탄핵 국면 속에서 윤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이 연임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농협은행장의 연임이 매우 드물었다는 전례를 볼 때 이 행장 역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한 후 첫 금융지주에 대한 인사인 만큼 새로운 인물들로 쇄신을 꾀할 것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후임 회장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임추위는 내·외부 출신 인사를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등이 거론되지만 당사자들은 물론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손 전 이사장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부문 분리) 이후 초대 신충식 전 회장과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들이 맡았다. 이 전 행장은 2017년 12월에 취임해 2020년 3월까지 농협은행을 이끌면서 역대 농협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었다.
행장의 경우 강 농협중앙회장이 올 5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교체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은 올해 크고 작은 금융 사고로 몸살을 겪었다.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강 회장과 동향인 경남 출신의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