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 황급히 국회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국회가 통제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헌법과 계엄법 검색이었다. 어떤 비상상황하에서도 국회와 국회의원은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게 상식이지만 혹시나 예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모든 법은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법 이름만 치면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해당 법의 조문은 물론, 연혁과 시행령까지 단숨에 조회가 가능하다. ‘Ctrl+F’를 누르면 단어 검색도 할 수 있다. 헌법은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계엄법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 계엄법은 조항이 14개에 불과해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단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만 번 양보해 계엄이 대통령의 오판이라고 하더라도, 경찰이 국회 출입문을 막고 군대가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체포하려 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9번이나 쳤고,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에는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사법시험은 1차와 2차에서, 행정고시는 1차에서 헌법 과목 통과가 필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행동도 그렇다.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지만 헌법 한 줄만 읽어봤더라면 당연히 일단 국회로 향해야 했다. 계엄해제 요구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 중에는 그 어렵다는 고시에 패스한 고위 관료출신은 물론 정치학자까지 공부 꽤 나 했다는 사람도 많다. 그 급박한 순간에도 그들의 머리 속에는 국민이나 헌법보다 당리당략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헌법에 반하는 상황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권한 위임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도 2선 후퇴니 비상거국내각이니 하는 말장난이 이어졌다. 결코 허술하지 않은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이미 정해놓고 있으며, 그것은 단 하나 ‘궐위’뿐이다. 헌법 공부를 문제풀이용으로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정답인지는 국회의원이라면 응당 알고 있을 것이다.
보수가 살길은 탄핵 반대가 아니다. 통렬한 자기 반성과 물갈이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반민주’ 꼬리표를 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