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 계엄 준비 정황 드러나…경제·외교 한장짜리 '쪽지 지시'

[14일 2차 탄핵 표결]

■ 여야 '탄핵의 강' 건널 결심

최상목 "유동성 확보 잘하라 해"

계엄선포 전후 지시사항 전달받아

野, 국회의원 체포·선관위 점령 등

1차 탄핵안서 빠졌던 내용 적시

국무위원 다수 계엄 위법성 동의

與, 부결 명분 없어 상당수 이탈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니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니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법리적 논리를 총동원해 탄핵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각하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범야권은 12·3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위법이라는 사실과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쥐고 있는 만큼 직무 정지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회에서 정부 측 인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불법적 계엄을 미리 준비한 정황도 폭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보고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 6당 의원 190명이 발의에 참여한 탄핵소추안은 7일 폐기된 1차 탄핵안에 담기지 않았던 구체적 사실들을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대통령 지휘 아래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것과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당직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려면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탄핵안은 윤 대통령을 가리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로 궁지에 몰린 피소추자가 아직도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다”며 “내란죄 우두머리로서 수사 대상자에 불과한 피소추자가 또 오판을 해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거나 북한과 국지전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민주주의 원리의 위반과 민주적 정당성 및 신임에 대한 배반으로서 탄핵에 의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가적 위기를 부른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본회의 현안 질의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은 고기동 행안부 차관이 ‘12·3 계엄은 위헌이 맞느냐, 틀리냐’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장 직무대행인 최현석 서울청 생활안전차장도 “위헌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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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의 경제·외교 사령탑이 12·3 계엄을 윤 대통령이 사전에 계획했지만 내용이 부실해 국가적 위기를 키웠음을 시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서 경제·외교 조치 사항이 쓰여진 종이 한 장씩을 3일 계엄 선포를 전후로 받았다고 전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 후 준 종이를 나중에 보니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 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문장은 기억난다. 그런 한두 개 정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종이 한 장에 “서너 줄 글이 있었는데 특별한 내용이 아니고 일반적인, 이런 상황에서 했을 조치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려놨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대통령에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심대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비상 계엄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를 향해 경고성 계엄을 한 것이라면 이렇게 체계적으로 계엄 이후 경제·외교 관련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줄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국무위원들도 비상계엄 저지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하면서 탄핵안 찬성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여당 의원들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이번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당리당략만을 앞세워 탄핵에 반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여당에서 7명의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당은 추가 이탈표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여야·진보·보수를 떠나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탄핵 가결에 필요한 ‘매직넘버’인 8명의 이탈을 넘어 두 자릿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 유력해 14일 탄핵안 통과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개 찬성을 밝힌 의원들이 속출하는 데 대해 “(당론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전희윤 기자·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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