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개정된 취업규칙을 적용하여 근로자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년 도달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됐는지 여부는 분쟁 당시 유효한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사회복지법인 B재단 소속 근로자로, 60세 정년을 넘은 상황에서도 근무 중이었다. B재단은 2020년 9월8일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64세로 연장했지만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B재단은 A씨에게 개정된 정년 64세가 도달했음을 이유로 2021년 6월25일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통보하고, 다음해 3월 이사회 심의·의결을 통해 개정 취업규칙을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이사회 의결 없이 정년을 60세에서 64세로 변경하고 이를 소급 적용해 정년퇴직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가 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정년퇴직이 다투어질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정년이 ‘60세’인지 아니면 ‘64세’인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개정된 취업규칙이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 정년 연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2022년 3월24일 이사회의 심의·의결이 있었다면 소급적용된 정년은 유효하며 근로관계는 64세 정년에 따라 종료됐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정년퇴직 여부는 다투어지는 시점에 유효한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소급적용된 정년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며 “정년퇴직 통보 당시 개정 취업규칙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2년 3월24일 이사회 심의·의결이 있었던 시점 이후부터는 개정 취업규칙이 유효하다”며 “A씨의 근로관계는 이 시점에 64세 정년에 따라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