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신임 총리 임명에도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프랑스 정국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임 총리 임명을 두고 야권은 일제히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부와의 정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14일(현지 시간)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이루 신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프랑스의 정치적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교착 상태를 극복하는 데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모든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대신 하나로 모으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야권에 적극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차기 총리 역시 미셸 바르니에와 동일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좌파와 우파는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정부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하원(의회)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어오던 바르니에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바르니에 내각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총 600억 유로(약 90조 4500억 원) 규모의 공공지출 감축과 증세안을 내놨지만 야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총리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바이루에게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고 공산당 파비앙 루셀 대표는 바이루의 임명을 “나쁜 생각”이라며 “차기 총리가 실패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야권의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바이루 신임 총리가 올해 예산안을 내년으로 이월하는 잠정 예산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한 최후의 조치다. 문제는 프랑스의 재정위기다. 프랑스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지출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의 파장은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국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내년 이후에도 재정적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2025년 6.3%에 달한 뒤 2027년 5.2%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바이루 총리 임명 발표 직후 소폭 상승해 3.046%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3%대를 오르내리며 국가 부도를 겪은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불안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