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韓 몰아낸 친윤, 비대위도 장악하나

친윤, 책임론 맹공·최고위 붕괴

韓 "정상임무 불가…모두 제 탓"

'尹 탄핵' 가결 이틀만에 물러나

중진 "당 내부서 위원장 맡아야"

관리형 비대위로 조기대선 준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쏟아진 사퇴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은 ‘탄핵 책임론’을 앞세운 친윤(친윤석열)계의 파상 공세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20년 출범 이후 여섯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당내 중량급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려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표 축출 이후 친윤계의 당권 장악을 둘러싼 친한(친한동훈)계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당내 분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당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던 한 대표는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앞서 자신이 제안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윤 대통령이 거절하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한 대표는 탄핵안이 통과하자 즉각 친윤계의 맹공을 받았다.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 수순을 밟게 됐다. 그는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분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한 대표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보수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만든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일부 친윤계를 저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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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의 사퇴로 여섯 번째 비대위 체제를 맞게 된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에 대비해 ‘관리형 비대위’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관리형 비대위는 당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둔 ‘혁신형 비대위’와 달리 대선 경선과 본선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꿔 국민의힘으로 새 출범한 이후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건 △김종인 비대위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 △한동훈 비대위 △황우여 비대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당내 인사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박대출 의원은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서는 당의 안정과 화합·쇄신을 위해 당을 잘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친윤계 5선의 권영세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5선 김기현·나경원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원외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선출된 데 이어 또다시 비대위원장까지 친윤계가 독식할 경우 친한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일부 친윤계가 탄핵 찬성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잘못된 당론은 거부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정치인들이 먼저 징계돼야 된다”고 비판했다.


김병훈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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