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양곡법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 기조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어렵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곡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 시장가격이 평년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 등을 핵심으로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정 동력이 훼손된 데다 권한대행 체제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그럼에도 이들 6법은 비교적 진영 논리와 떨어져 있고 그간 정부 기조를 유지한다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어 야당 반발에도 거부권 발동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국회 증언 및 감정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극비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어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민주당이 국회증감법을 일부 재검토할 뜻을 밝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부담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앞서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3일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3월 양곡법을 겨냥해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은 농민과 농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만큼 소신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21일까지인데 정부는 17일 국무회의에서는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지 않고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논의한 후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정부가 입법했지만 국회에서 폐기된 상속·증여세법의 재추진 의사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상속·증여세 완화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