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이에 대비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컨설턴트 크리스토퍼 푸트(35)는 미 대선 이후 삼성전자의 건조기, LG전자의 TV, 밀레 진공청소기 등 여러 가전 제품들을 사들였다고 WSJ에 전했다.
미시간대의 월간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는 내년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 달 전 조사 때의 10%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크레디트카드닷컴이 최근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3분의 1이 관세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 지금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버트 바베라 금융경제센터 소장은 "향후 12개월 내에 TV를 사겠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제 12주 내로 TV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에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관세 부과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상승을 예상한 소비자들의 사재기 역시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컬럼비아대의 해리슨 홍 경제학 교수는 "사재기가 많아 공급이 부족해지면 판매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