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는 내년부터 아부다비에 독립 사무실을 연다. 지난 10일 아부다비에서 디센터와 만난 넥스페이스 관계자는 "2025년 1월 독립 사무실 이전과 함께 개발 인력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넥스페이스는 올해부터 인력 이동을 시작했으며, 이달 기준 약 10여 명이 아부다비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는 공유 오피스를 이용 중이지만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정식 출시에 맞춰 독립 사무실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클레이튼)와 라인(핀시아)의 통합 메인넷 운영사인 카이아는 올해 8월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에 DLT 재단 등록을 마쳤다. ADGM은 아부다비의 국제금융센터로, 독립적인 관할권과 규제체계를 갖춘 금융특구다. 카이아는 향후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아부다비에 인력 추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기존 클레이튼 관련 기업은 더 이상 확장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향후 확장은 아부다비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그라운드엑스를 설립한 뒤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싱가포르, 일본 등에 해외계열사를 세운 바 있다.
이들 기업이 아부다비를 선택한 핵심 이유는 높은 규제 자율성이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DLT 재단 제도는 가상자산 발행 기업에 유리하다. ADGM에서 법인으로 인정받고, 독립적인 법적 실체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투자 유치 시 적용되는 세제 혜택도 매력적이다. 카이아 재단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는 가상자산을 발행해 투자를 받으면, 이를 판매 행위로 간주해 부가세 등 세금이 붙는다"면서 "반면 아부다비는 이를 투자로 인정해 별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 재단이 A토큰을 발행하고, B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지분 대신 A토큰을 제공한 경우 싱가포르는 이를 단순히 토큰 판매로 보고 과세한다. 반면 아부다비에서는 정당한 투자 방식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이 현지 규제 수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네오위즈 그룹의 블록체인 기업 네오핀은 ADGM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마성민 네오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규제 대응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규제 구축에 참여할 수 있는 아부다비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UAE 최대 투자기관인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ADIO는 현지 법인 설립부터 네트워킹, 혁신 프로그램 선정까지 다방면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 역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장점에 국내 대표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도 아부다비 진출을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호적 규제 환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전략적 위치 등 삼박자를 갖춘 아부다비가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 부상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아부다비의 인프라가 시너지를 낼 경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