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엔비디아 밸류체인' 올라탄 두산…블랙웰용 CCL 양산

글로벌 1위 제치고 공급망 독점

고객사 맞춤 제작능력 인정받아

올 매출 8800억, 내년엔 1조 전망

엔비디아 차기작 납품 가능성도

두산이 제작한 동박적층판(CCL) 모습. 사진 제공=두산두산이 제작한 동박적층판(CCL) 모습. 사진 제공=두산




두산(000150)이 엔비디아의 최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인 블랙웰향 동박적층판(CCL)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두산이 고객사 맞춤형 하이엔드 CCL 제작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차기작인 루빈에도 두산이 CCL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 전자BG(비즈니스 그룹)는 최근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가속기인 블랙웰 모델에 사용되는 CCL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올해 초 블랙웰의 CCL 단독 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CCL은 레진과 보강기재 등으로 구성된 절연층의 양면을 전도체 역할을 하는 구리 박막에 접착한 형태로 이뤄져 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PCB 제조사들은 CCL에 구멍을 뚫고 전해도금·무전해도금 등 과정을 거쳐 회로를 따라 전기 신호가 오갈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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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엔비디아의 러브콜을 받은 것은 하이엔드용 CCL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CCL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절연층 내부의 배합비인데 두산은 고객사가 원하는 물적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이 배합비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CCL은 절연층의 배합에 따라 전파 손실이 크게 줄어든다”며 “두산은 고객사 맞춤형 CCL을 제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CCL 시장에 뛰어든 두산은 현재 △패키징용 CCL △통신장비용 CCL △연성 CCL(FCCL)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반도체 패키징 및 네트워크용 CCL과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FCCL이 하이엔드 제품으로 분류된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대덕전자(353200)·이수페타시스(007660)·코리아써키트(007810) 등 국내외 기판 업체에 CCL을 납품하고 있다.

두산은 엔비디아에 패키징 기판에 사용되는 CCL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패키징 기판은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해주는 기판으로 칩의 사양이 높아질수록 역할이 중요해지는 부품이다.

두산은 글로벌 CCL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이지만 하이엔드 CCL 시장에서는 1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CCL 1위 사업자는 대만의 EMC로 6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두산에서 경쟁력이 밀린다는 평가다. EMC는 엔비디아가 2022년 내놓은 호퍼 시리즈에 두산과 함께 CCL을 공급했으나 최신형 AI 가속기인 블랙웰 공급망에서는 두산에 완전히 밀려났다.

두산이 고부가 제품인 하이엔드 CCL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실적 역시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전자BG는 올해 8830억 원에 이어 내년 1조 2090억 원까지 매출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 매출에서 하이엔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64%에서 올해 70%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CCL의 원재료인 초극저조도(HVLP) 4세대 동박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는 등 자체 밸류체인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의 CCL은 엔비디아의 차기 제품인 루빈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하이엔드 CCL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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