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기 이렇게 나빴나…최대로 늘던 외국 인력 도입, 급제동

정부, 내년 E-9 상한 13만명…21% 감소

2년 연속 최대치에서 4년 만에 감소세로

경기 침체 반영…올 고용도 목표치 ‘절반’

탄핵정국 속 내년 고용시장 상황도 암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노동자들이 올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노동자들이 올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체류 자격 E-9) 최대 상한(쿼터)을 4년 만에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민간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5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외국 인력(E-9) 도입 쿼터를 올해 16만 5000명보다 약 21% 줄여 13만 명으로 정했다. 업종은 제조업이 내년 7만 2000명으로 올해(9만 5000명)에 이어 가장 많이 배정된다.



외국 인력 쿼터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5만 명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만 명, 올해 16만 명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 실배정 인원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7만 명(11월 말 기준)에 그쳤다. 경기 침체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내년 민간 외국인 고용 여력은 올해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 상황이 인력 규모를 정할 때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변화와 취업이 가능한 다른 비자의 외국인 활용 증가세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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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현장에서 외국인 고용이 줄고 있는 신호가 요란했다. 상대적으로 고용 여력이 높고 외국인 근로자가 선호하는 서울의 외국인 고용 사업장은 2022년 3분기만 하더라도 3513곳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2990곳으로 3000개선이 깨지더니 올 3분기 기준 2693곳까지 주저 앉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업황 경기전망지수는 11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수를 보면 한 달만에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강도는 더 세졌다. 이 상황은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지표도 더 나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5%(9만2000명) 느는데 그쳤다. 이는 2021년 3월(7만4000명) 이후 43개월 만에 최소폭이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외국 인력 비중 높은 건설업 고용이 살아나지 않은 결과다.

내년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탄핵 정국의 고용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은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큰 어려움이 예상됐다. 만일 외환위기처럼 탄핵정국이 대외신인도를 낮춰 금융시장 위험으로 전이된다면, 노동시장 충격이 더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통상 차년도 사업계획을 미리 짠 기업 입장에서는 탄핵 정국이라는 불확실성으로 투자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12만 명으로 전망했다. 올해 18만2000명 보다 34%나 줄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철강, 유화, 2차 전지 등 산업 경기 악화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대외신인도까지 추락하면, 내년 고용 증가는 10만 명 달성이 어렵고 고용의 질 악화가 동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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