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물려줄 사람이 없다” 소멸 위기 中企 구출 나선 스타트업[빛이 나는 비즈]

양도세 부담·후계자 부재 등에 폐업 기로

리버티랩스, 中企 인수해 직원소유 전환

美·日선 이미 ‘제3자 승계’ 서비스 성장세

중기부도 M&A형 기업승계 인프라 구축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투데이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투데이




최근 많은 중소기업이 세금 부담과 승계자 부재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구출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해 설립된 리버티랩스는 중소기업을 인수해 직원소유 기업으로 전환해준다.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의 전통을 유지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인수합병(M&A)형 기업승계와 ‘직원소유 기업화’ 등이 승계 문화를 이끄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제3자 기업승계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년 넘는 中企 81%가 60세 이상 CEO


중소기업계에서는 경영자의 고령화는 심화하는 반면 세금 부담과 후계자 부재로 폐업 위기에 놓인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업력 30년 이상 기업의 대표 중 80.9%가 6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들 창업자 대부분은 베이비붐 세대로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선뜻 기업 승계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M&A에서도 난항을 겪는 등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소멸 추세가 확산하면 국내 경제 생태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투데이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이미지투데이


美·日에선 ‘제3자 기업승계’ 시장 강세


상황이 비슷한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제3자 기업승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팀쉐어스(TeamShares)’와 일본 ‘M&A 종합 연구소’가 제3자 기업승계를 돕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2019년 미국에서 설립된 팀쉐어스는 소규모 비즈니스의 직원 소유권 전환을 촉진하는 미국 기업 승계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소유 기업화란 승계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임직원에게 이관하는 방식이다. 팀쉐어스가 현재까지 직원소유 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만 120건이 넘으며 미국 31개 주의 42개의 산업군에 속하는 회사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피인수 기업들은 100년이 넘은 정육업부터 제조업·의류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이 대부분이다. 팀쉐어스는 연간 매출 4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7년 내 기업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M&A 종합 연구소가 승계 부재 문제의 해결사로 자리매김 했다. 일본은 가업승계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으나 초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후계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2018년 설립된 M&A 종합 연구소가 M&A를 통한 기업 승계 방식으로 중소기업들의 폐업을 막는 것을 도왔다. M&A 종합 연구소는 창업 4년 만인 2022년 매출 86억 원을 기록했으며 기업 공개(IPO)를 통해 시가 총액 약 1720억 엔에 달하는 상장사로 성장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국에서도 이같은 기업승계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도 기준 국내에서 M&A형 기업승계를 원하는 수요 기업은 약 21만 개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기업승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60대 이상 중소기업 대표 10명 중 3명 이상이 ‘임직원과 M&A를 통한 제3자 기업승계’를 선호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리버티랩스 로고. 자료 제공=리버티랩스리버티랩스 로고. 자료 제공=리버티랩스


리버티랩스, 中企 인수해 ‘직원소유 기업’ 전환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같은 사업 모델을 적용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리버티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3년 설립된 리버티랩스는 양도세 부담이나 후계자 부재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인 국내 중소기업들을 인수하고 매년 직원들에게 주식을 이관해 궁극적으로 직원 소유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버티랩스는 피인수 기업 지분 약 90%를 사들이며 경영은 대기업 은퇴자나 스타트업 창업자 등 전문경영인을 물색해 맡긴다. 이후 기업의 이익을 배당과 주식 배분으로 직원들과 나누며 10~20년 후에 완전히 직원들이 기업을 소유하도록 한다. 또 리버티랩스는 피인수 기업에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재무·회계·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지원해 기업 가치 제고를 돕는다. 리버티랩스는 올 하반기에만 400곳이 넘는 문의를 받을 만큼 중소기업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리버티랩스는 최근 1호 직원소유 기업화를 위해 위탁급식 서비스 중소기업을 인수했다. 해당 기업은 수도권 중심 관공서 21곳과 프로축구단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25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했지만 창업주의 고령으로 승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리버티랩스의 인수와 직원소유 기업 전환을 통해 전통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버티랩스는 이외에도 내년 상반기 내 5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인수해 직원소유 기업으로의 전환을 도울 계획이다.

중기부도 “M&A형 기업승계 인프라 구축”


정부에서도 제3자 기업승계를 위한 M&A형 기업승계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올 9월 ‘중소기업 CEO 고령화 대비 안정적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M&A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등의 지원체계를 담은 ‘기업승계특별법’ 제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기부는 리버티랩스 등의 솔루션 기업들과 중소기업 소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기부는 또 M&A형 기업승계 수요기업 발굴, 자문·중개 및 인수금융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예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