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국내는 좁다…저가커피, 韓 포화에 해외 공략 경쟁

■커피 브랜드, 글로벌 진출 경쟁

더벤티·메가 등 공격적 확장 예고

이디야, 말레이시아에 1호점 오픈

현지업체와 물류센터 건립 추진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 관건


국내 커피 브랜드들이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어느덧 ‘10만 카페 시대’가 열린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커피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는 한국산 특화 메뉴는 물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전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대표적 위성 도시인 ‘엘미나’ 지역에 1호 매장을 열었다. 이디야는 현지 협력 업체와 함께 말레이시아 전용 물류센터도 짓고 있다. 향후 2·3호점을 연이어 낸 뒤 2029년까지 말레이시아에 200개의 가맹점을 낸다는 목표다.



이디야 외에도 최근 들어 저가 커피를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더벤티는 내년 3월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더벤티 관계자는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인 팀홀튼의 사례는 현지 소비자들의 실용적 소비 패턴을 잘 보여준다”면서 “가성비 높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빽다방은 현재 필리핀까지 합쳐 12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중이다. 메가MGC커피는 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첫 매장을 연 뒤 2·3호점까지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에 인수된 컴포즈커피 역시 향후 공격적인 해외 확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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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브랜드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준 국내 커피 브랜드 수는 886개로 치킨(669개)보다도 많았다. 통계청 역시 2022년 기준 국내 커피·비알코올음료 가맹점 수가 2만 9581개를 기록해 2018년 1만 7615 대비 67.9% 늘었다고 집계했다. 개인 매장까지 포함하면 국내 시장은 사실상 ‘카페 10만 시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직전 년도 대비 17.4% 증가한 9만 8886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4만 8935개를 기록했던 데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은 커피 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 특유의 메뉴를 내놓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말레이시아에서 식혜나 군고구마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인다. ‘불닭파니니’ ‘감자핫도그’ ‘크룽지’처럼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끈 한국식 베이커리도 준비했다.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경우 국내에서보다 높은 가격을 적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메가MGC커피의 몽골 울란바토르 매장 아메리카노 가격은 7000투그릭(약 3000원) 수준으로 한국의 2000원보다 높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찾기 어려운 프라페와 에이드 메뉴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현지 2030세대에게 오히려 커피보다도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면서 “현지 특화 메뉴도 테스트 기간을 거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 해외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해외 출점은 국내에서보다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도 많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통상 1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현지 협력사를 찾아 계약한 뒤 매장을 내는 데 적합한 입지를 선정하기까지는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시간도 걸린다.

전문가들은 진출국 문화와 법규 대응을 포함한 철저한 현지화가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시장의 경우 한류의 영향이 특히 강하면서도 무슬림 국가라는 점에서 현지화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적절한 협력업체를 선정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이 잘 안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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