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19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한 ‘농업 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기도 합니다. 이 법안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길래 또 다시 국회로 돌아온 것일까요.
한 권한대행은 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 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고 오히려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돼 의결됐다”고 말했습니다.
양곡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현행법상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할 지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데, 이걸 의무화 하는 겁니다.
야당은 산지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양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런 법안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늘리고 쌀값을 지지하는 효과는 없다며 팽팽히 맞서왔습니다. 쌀이 초과 생산될 경우 시장 논리에 따르면 쌀값이 하락해야 하지만,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쌀 공급 과잉 문제를 부추긴다는 겁니다.
현재도 정부는 연간 1조 6000억 원 상당을 쌀 매입비와 보관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쌀 매입비는 1조 2266억 원, 보관비는 4061억 원이었습니다.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30년에는 매입비와 보관비가 총 3조 2200억 원으로 폭등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외에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안법)은 채소나 과일 등에 농산물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농안법 개정안의 경우 영농 편의성과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이 쏠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입니다. 지원 대상 품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농민이 재해로 인해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농사에 들어간 비용을 정부가 보상해 주는 내용입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은 농민이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를 보아 보험금을 받는 경우 보험사 보험료 할증을 금지합니다. 송 장관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이후 브리핑을 열고 “집행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명약관화하다”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 요구를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비용 추계가 부풀려졌으며, 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농가의 타 작물 전환과 벼 재배면적 감소치가 정부 추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민주당 측은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법 개정이 필수”라는 입장입니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들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국회가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려면 각각 재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표결을 통과할 수 없고 법안은 폐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