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내란 특검) 거부권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결정을 내리든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 역풍과 여권 분열상을 자극할 수 있고, 법안을 수용하자니 위법성을 지적해 온 본인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한 권한대행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2일 총리실은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어느 것이 헌법·법률에 맞는지 점검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월 1일이다.
쌍특검법을 바라보는 한 권한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19일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은 각 소관 부처가 반대 입장을 줄곧 표명했고 ‘반(反)시장적 법안’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비교적 쉽게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쌍특검법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파급력 또한 커 어떤 결정을 하든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학자들은 대체적은 ‘권한대행은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국정을 펼쳐야 한다’고 헌법을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선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계엄사태 이후 더욱 악화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적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꼴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란 특검법은 정부가 반대해 온 사안은 아니나 한 권한대행 본인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부담이다.
거부권 행사의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것도 고민의 지점이다. 거부권을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그간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선 반대표를 던져 부결해 왔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사분오열에 빠지면서 더는 ‘법안 폐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한 여당 의원이 12명”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검 수용’ 또한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한 권한대행은 그간 세 차례의 김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네 번째 김여사 특검법에서도 고발·수사를 요청한 주체가 수사 당사자까지 선정한다는 위헌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딜레마에 국무총리실이 중재안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이 현재 법안에 대해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독소조항 삭제해 중립성·독립성이 담보된 특검을 제안한다면 거부하지 않겠다’고 대야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여론의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한 권한대행이 담화 또는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특검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조율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