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거부권 칼 뺐지만 ‘김건희 특검’ 앞 딜레마 빠진 한덕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내란 특검) 거부권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결정을 내리든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 역풍과 여권 분열상을 자극할 수 있고, 법안을 수용하자니 위법성을 지적해 온 본인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한 권한대행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2일 총리실은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어느 것이 헌법·법률에 맞는지 점검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월 1일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쌍특검법을 바라보는 한 권한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19일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은 각 소관 부처가 반대 입장을 줄곧 표명했고 ‘반(反)시장적 법안’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비교적 쉽게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쌍특검법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파급력 또한 커 어떤 결정을 하든 논란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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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은 대체적은 ‘권한대행은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국정을 펼쳐야 한다’고 헌법을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선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처럼 김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계엄사태 이후 더욱 악화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적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꼴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란 특검법은 정부가 반대해 온 사안은 아니나 한 권한대행 본인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부담이다.

거부권 행사의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것도 고민의 지점이다. 거부권을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그간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선 반대표를 던져 부결해 왔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사분오열에 빠지면서 더는 ‘법안 폐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한 여당 의원이 12명”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수용’ 또한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한 권한대행은 그간 세 차례의 김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네 번째 김여사 특검법에서도 고발·수사를 요청한 주체가 수사 당사자까지 선정한다는 위헌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딜레마에 국무총리실이 중재안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이 현재 법안에 대해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독소조항 삭제해 중립성·독립성이 담보된 특검을 제안한다면 거부하지 않겠다’고 대야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여론의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한 권한대행이 담화 또는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특검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조율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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