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트럼프 폭풍 몰려온다…LG엔솔 설비투자계획 '리셋'

◆실적 악화 우려 '위기경영' 돌입

전기차 지원 축소·관세 부과 예고

수요 위축 전망에 증설계획 재검토

美 공장 완공시기 연기 가능성 ↑

신규 채용 줄이고 성과급 축소도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진행 중인 시설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2025년 양산을 앞두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 공장의 완공 시기가 조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서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 연합뉴스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서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 연합뉴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증설이 예정된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캐파 리얼로케이션(CAPA Reallocation)’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에 증설을 계획하던 사업들을 시장 상황과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증설 계획 조정에 돌입하는 배경에는 내년 1월 들어설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른바 캐즘 때문에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는 상황이다. 유럽 시장의 경우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을 뜻하는 ‘전기차 침투율’이 2023년 22%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에는 13%까지 낮아졌다. 미국 시장도 7%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권 인수팀이 취임 이후 전기차 보조금(7500달러, 약 1050만 원) 폐지와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 등 시장을 흔들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결국 기존 계획을 수정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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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캐파 리얼로케이션’ 전략에 따라 2025년 양산을 계획했던 공장들의 완공 시기가 재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혼다·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각각 미국 오하이오주·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전략이 수정되면 미국 배터리 공장들의 양산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증설 조정 작업을 이르면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사업 계획에 맞춰 설비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 조정과 동시에 사내에 ‘위기경영’도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일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 전무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위기경영 계획을 공지했다. 경영진은 메시지에서 “내년 매출 및 가동률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비 증가로 인한 부담도 높아 당분간 의미 있는 수익 창출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여러 비용 항목에 걸쳐 단기적 비용 절감 활동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사적인 비용 축소도 시작됐다. 출장비 절감을 위해 임원들은 8시간 미만의 비행 거리는 이코노미석을 탑승하라고 권고했다. 또 화상회의를 활성화하고 학회 출장 자제, 박람회 출장비 50% 축소 조치 시행 등을 권고했다. 또 사무직을 대상으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도 실시한다. 또 내년 성과급(OSI) 지급 규모도 축소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신규 채용을 자제한다. 대신 인력을 재배치해 인력 효율화에 나설 예정이다.

비용 축소와 동시에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의 추가 수주를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6시리즈와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 등 새로운 폼팩터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하고 글로벌 생산 공장의 자산 효율화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단기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번 위기 경영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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