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임명 내정자까지 철회…중기부 산하기관 인사 올스톱

한국벤처투자 인사 원점 재검토

창업진흥원장 임명도 기약없어

기보·신보중앙회는 인선 보류

기관장 공백에 행정 마비 우려

오영주(왼쪽 두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올해 9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오영주(왼쪽 두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올해 9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부 기관들은 이미 1년 가까이 리더십 부재 상태였는데 설상가상 임명 내정자를 원점 재검토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행정 마비 공포가 새해를 앞두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25일 업계를 종합하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은 한국벤처투자(KVIC), 창업진흥원, 공영홈쇼핑 등 3곳이다.

벤처투자 시장에 마중물을 공급하는 한국벤처투자는 가장 오랜기간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이다. 유웅환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자진 사임한 뒤 1년 넘게 리더십 공백을 앓고 있다. 올해 8월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안을 심의 의결한 후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면접 단계를 거쳐 3배수 안팎의 인사를 최종 후보로 추렸고 대통령실의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쇼트 리스트 3인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해 기관장 재공모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벤처투자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유력 후보였던 중기부 출신 고위 인사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인선이 최종 불발된 것으로 안다”면서 “절차상으로는 기관장 재공모에 돌입하는 것이 맞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신상한 부대표가 이끌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재공모는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신 부대표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대표 직무 대리를 맡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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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와 같은 시기에 기관장 공모에 돌입한 창업진흥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3배수 안팎의 인사가 최종 후보로 추려졌지만 임명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창업진흥원은 김용문 전 원장이 올해 2월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재 최열수 본부장이 원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외에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이상훈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도 최근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자 인선은 사실상 보류 상태라는 평이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11월 7일까지였다. 이에 기술보증기금은 차기 이사장 공개 모집을 진행하고 이달 초까지 서류 접수를 실시했다. 중기부 전 차관 출신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선 무기한 중단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양 기관은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김 이사장과 이 회장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서 업무 공백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공영홈쇼핑도 올해 9월 조성호 전 대표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뒤 리더십 공백을 겪고 있다. 현재는 김영주 경영지원본부장과 이종원 사업본부의 공동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수년재 매출이 하락하고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유례 없는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임추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에선 행정 마비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와 창업진흥원은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나 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하는 대표적 기관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출자한 모태펀드 자펀드 중 현재 운영 중인 펀드 규모는 약 33조원에 달한다.

수장 공석으로 인해 당장 대외적인 업무에서도 차질을 빚고 있다.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한국벤처투자에 대한 내용은 한 건도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진용 기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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