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한국석좌(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한국 정치에는 상대 진영을 악마화(demonize)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안정시킬지도 중요하지만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탄핵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23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화상 인터뷰에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등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대통령이 세 번째”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교적 짧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벌써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반복되는 만큼 탄핵의 악순환을 근절할 구조적 해법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 워싱턴DC 내 대표적인 한반도통으로 평가받는 차 석좌는 한국의 비뚤어진 정치 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정치권은 심각할 정도로 양극화돼 있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며 상대 진영의 (비위를) 찾아내 벌을 주는 것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탄핵은 정치적 기능 장애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점을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정치를 비관적으로 보고 행동에 나선 단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인지에 대해 “취임 후 즉시 철수를 언급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재임 4년 안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거의 확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주장한 보편관세 10~20%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한국 경제에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는 정부가 민간 부문과 협력해 한국의 성장 경로를 제대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헌법적 틀 안에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