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안갯속이었던 차기 회장 선임이 현 회장 임기 종료를 4일 앞두고 극적으로 완료됐다. 일각에서 현재 정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부 출신 인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기존 관례대로 경제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됐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취업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는 이재호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아 이끌어갈 예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전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임추위는 “면접 결과 1순위 후보자(이 전 수석부원장)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대상으로 즉시 선임이 제한된다”면서 “내년 1월 24일 진행되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에서 승인받는 경우 2월 3일 최종 후보자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석준 현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이달 31일 종료되는 만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이 부사장이 농협금융 회장직을 대행한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종합정책과장,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전형적인 경제 관료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 때 기재부 차관보로서 경제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기도 해 ‘정책통’으로 통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함께 일하며 좋은 호흡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2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현 정부와 차기 정권 변화를 모두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차기 회장 인선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회장 인사를 결정할 때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원활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왔다. 실제 초대 신충식 회장과 6대 손병환 회장(내부 출신)을 제외한 모든 회장이 경제 관료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기존 구상을 전면 재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유력 관료 출신들이 회장 후보직 제안을 고사하면서 차기 회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추위는 이달 20일 회의를 열고 NH농협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자를 추천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추천은 한 주 연기했다.
이 차기 회장 후보자는 내년 1월 2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접수한 후 24일 최종 심사를 거쳐 통과되면 2월 3일 임추위가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자는 기재부 내에서도 엘리트로 꼽히는 인물이었다”며 “최근 농협금융에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사로 회복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