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금 집값 안정이 달갑지 않은 이유

◆이창무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민의 연말 그림 속에 없었던 급작스러운 탄핵 정국 진입으로 주택 시장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잖아도 과도한 대출 규제의 여파로 힘을 잃던 주택 시장이 지난주는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 전환할 정도로 주저앉았다. 가격 안정세를 넘어 하락세가 점쳐지는 현 시장 상황이 필요한 가격 조정 국면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으나 필자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



올해 주택 시장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누가 뭐래도 양극화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로 지난해 말 이후 올 10월까지의 상승률이 전국은 2.4%이지만 서울은 8.2%, 경기도는 3.2%, 지방은 -0.4%로 온도 차가 극명하다. 몇몇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들의 신고가 경신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도 2022년 고금리로 인해 20% 이상의 가격 하락을 겪은 후 회복의 강도로 보면 평균적인 관점에서 그리 강하다고는 볼 수 없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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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탄핵 정국이 주택 시장에 미쳤던 여파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 시기 주택 시장 상황을 보면 2013년 이후 시장 회복과 규제 완화의 효과로 2015~2017년 수도권에서 인허가 물량이 매년 35~40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 확대가 이뤄졌다. 그 결과 3~4년 뒤인 문재인 정부 초중반 연간 30만 가구에 육박하는 준공 물량이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공급 노력 소홀로 말기인 2022년에는 인허가 물량이 20만 가구에도 미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 10년간의 정비사업 억제 여파로 2016년부터 서울만의 가격 독주가 시작돼 지금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만들어진 시발점이 됐다.

이어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동안 강화된 과도한 규제를 푸는 시장 정상화를 통해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야 했다. 제시된 270만 가구를 넘어서는 주택 공급 확대 공약을 위해서는 많은 부분 민간의 역할이 강조됐고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한 가격 상승이 만들어내는 동력이 필요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는 노무현 정부 시기 수준으로도 회복되지 못하고 전월세상한제의 폐지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해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투자 및 공급 의지는 한 번 꺾인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선호되는 도심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폐지도 여전히 난망하다. 지난 8·8 공급 대책은 시장 정상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공급을 확대해 보겠다는 타협안의 의미가 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탄핵 정국은 공급 확대를 만들어낼 시장 주체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양극화된 공급 부족 상태를 짊어지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주택 공급의 열매는 단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시기 인허가 급증의 열매를 문재인 정부 초중반 안정된 준공 물량으로 누렸듯 지금 공급 확대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3~4년 뒤 그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주택 공급을 8·8 대책 수준만큼이라도 확대하는 것이 탄핵 정국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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