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 세계 어디서도 본 적 없다"…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 사고 키웠나[제주항공 무안 참사]

흙으로 쌓은 둔덕 속 콘크리트 구조물

다른 공항 시설물들과도 확연히 달라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둔덕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무안 = 연합뉴스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둔덕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무안 =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한 여객기가 둔덕과 충돌, 탑승객 178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은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30일(현지시각)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비드는 "비행기는 착륙 당시 시속 200마일(321㎞)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 이 둔덕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가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최상의 착륙을 했다고 본다"며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가 언급한 둔덕은 로컬라이저 안테나(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가 설치된 구조물을 의미한다. 로컬라이저는 보통 활주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되지만, 무안공항에선 흙더미 위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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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즈는 "저런 구조물이 거기 있어서는 안 된다.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만 저렇게 단단한 구조물 안에 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둔덕 너머는 평평한 지형이다. 항공기가 조금 더 달려가면서 속도를 줄여 멈출 만한 공간은 충분했고, 그렇게만 됐다면 모두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활주로와 불과 200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파일럿 데니스 다비도프 역시 이번 참사 원인으로 둔덕을 지적했다. 데니스는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37을 운행 중이다.

데니스는 29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로컬라이저가 달린 벽이 보이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크다.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과하다. 왜 활주로 끝에 저런 게 필요하냐"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공항을 이탈, 주변 민가를 덮칠 것을 우려해 둔덕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공항엔 외벽도 있고, 민가 역시 활주로와 거리가 멀다며 "둔덕을 설치하지 않았어도 항공기는 공항을 이탈하기 전 이미 멈췄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9일 오전 9시 3분께 제주항공 7C2216편은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사고로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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