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이 망가지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더 강해져 청년 구인난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와 정국 불안 탓에 고용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도 식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조사 대상 사업체들의 채용 계획 인원은 52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3000명 감소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는 2년 연속 5만 명만 채용할 계획이다. 청년이 선호하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일자리가 내년에도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
채용 인원 감소는 사업체들이 미리 고용을 늘린 결과이기도 하다. 올 3분기 상용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 인원은 80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 8000명 늘었다. 사업체의 부족 인원도 52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부족 인원은 사업체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현재보다 더 필요한 인원이다.
특히 내년 고용시장은 이번 조사 결과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의 이번 하반기 조사는 매년 10~11월 이뤄져 12월 3일 계엄 사태 이후 우리 경제 위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현장 어려움을 고려하면 계획했던 인원보다 채용을 줄일 확률이 크다.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공채보다 경력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미충원 사유를 보면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는 답변율이 23.8%로 1위다. 2021년부터 이 조사 1위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였다. 이 답변은 23.2%로 2위로 밀려났다. 당장 경력이 없는 청년 입장에서는 이 상황은 취직의 걸림돌이 된다.
올해 고용시장은 내내 한파가 불었다. 고용부가 이날 추가로 발표한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2016만 4000명으로 8만 1000명(0.4%) 느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은 2021년 3월 7만 4000명 이후 44개월 만에 가장 작다. 지난해부터 건설업 경기 악화로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은 올 11월에도 종사자가 전년동기 대비 8만 명 감소했다. 7월부터 5개월째 마이너스랠리다. 이번 감소폭은 9월(2만3000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확대됐다.
근로자 생활과 직결되는 임금 수준도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10월 월 평균 실질임금은 342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하지만 8월에는 1.4% 올랐고, 9월에는 -1.9%를 기록했다. 올해 1%대에서 관리된 물가상승률이 내년 꿈틀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로자가 불가항력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고용계약 종료, 구조조정, 합병·해고 등에 따른 면직 등을 일컫는 비자발적 이직 인원은 55만 7000명을 기록했다. 8월 58만 6000명 이후 4개월 만에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