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임명한 것에 대해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유감을 표했다. 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을 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민감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너무나 일방적으로 내림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불리한 쪽으로 기울게 되자 최 권한대행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명이 결원인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로 재편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 조사 요구에 불응하는 등 ‘버티기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런 전략의 일대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정 후보자와 조 후보자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는 점도 대통령실 입장에선 불편한 대목이다.
대통령실의 직격으로 이번 사태가 당정 갈등을 넘어 정부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처리한 이후 대통령실 비서진들은 윤 대통령이 아닌 최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 권한대행의 지휘를 받는 참모진들이 상관의 결정에 공개 반기를 든 셈으로,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의 통제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낳을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의 후보자 중 여야가 각각 추천한 정 후보자, 조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는 차별화된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여야와 소통을 늘려 정국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 화합과 통합에 힘쓰겠다”며 “여야를 비롯한 각계 지도층과 소통해 수많은 난제에 대한 현명한 해답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