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하향하고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잡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에 수출이 급속히 위축되는 데다 비상계엄 선포 후 한 달 동안 정국 혼란이 가중되며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진 탓이 크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올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바람에 몰아치는 대내외 경제 한파를 막아낼 재정 방파제를 쌓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가 2일 18조 원의 공공 재원을 풀고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지만 사면초가의 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출이 ‘트럼프 스톰’에 직면한 가운데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려면 내수를 떠받치기 위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고환율로 금리 인하가 여의치 않고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당장 기댈 수 있는 것은 재정 투입이다. 올해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1분기 경제 여건을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사실상 추경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만시지탄”이라면서 “재정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신속하게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경제 입법을 사사건건 가로막고 예산안까지 멋대로 칼질해 경기 대응을 어렵게 해놓고 새해 벽두부터 민생을 앞세워 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민주당은 말로만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외치지 말고 일방적인 감액 예산 강행 처리부터 사과하는 것이 순리다. 또 경제 회생을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면 정부와 여야의 합의 아래 규모와 사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여야정은 표심을 노리고 현금을 지원하는 선심성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신성장 동력 점화에 주력하는 추경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불황의 타격이 큰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핀셋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