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격 경쟁력에 높은 기술력까지 갖추고 우리의 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이 D램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구형 DDR4의 저가 물량 공세에 더해 고사양 DDR5까지 출시하며 글로벌 D램 생산 4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의 ‘D램 3강’ 구도가 위태롭게 됐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우리의 주력 분야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중국의 ‘굴기’가 거세지고 있다. 애플의 신형 스마트홈 제품에 한국 제품을 제치고 중국산 OLED가 독점 탑재될 정도다. 이러다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 시장마저 중국에 빼앗길 판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당장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이달 중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미국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는 BYD가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 샤오미(小米)는 최근 한국 법인 설립에 이어 올 상반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전자 제품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에 이어 오프라인 소매점 ‘미니소’도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위축된 우리 기업들이 ‘중국산 공습’에 맞닥뜨려 벼랑 끝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쟁력을 키워 공세를 펴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내수·수출 시장을 지켜내려면 기술·품질 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풍부한 자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과 인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해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법·제도와 정책으로 혁신력 제고를 뒷받침하고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중국의 불공정 행위도 차단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의 첨단기술·인재를 빼돌리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경계하는 한편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불법·부당 판매를 막기 위한 감시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