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 체포 막자"…용산 관저 앞 '인간 방어벽' 친 국힘 의원들

친윤·영남 의원 등 44명 관저 앞 집결

'보수 텃밭' TK 지역구 의원들이 절반

용산 출신 참석에 '옛' 친한 장동혁도

계엄 사태 후 '용산 거리두기' 기류서

지지층 결집에 "불법 수사" 목소리 커져

당내 비윤은 "민심과 괴리" 경고음 높여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나경원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나경원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을 다시 시한만 연장해 집행한다는 것은 불법적인 것으로 결단코 막아내야 한다.”(5선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이번에 발부된 영장은 불법적인 영장이다. 불법적인 수사 권한에 따른 불법 영장 집행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5선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간 방어벽’을 자처하고 나섰다. 당내 중진과 친윤(친윤석열)계 및 영남권 의원들이 주축이 돼 40여명의 현역 의원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모여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계엄 사태 이후 용산과 거리 두기에 나섰던 여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 결집으로 보수 진영의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 사수’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새벽 6시부터 대통령 관저 앞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혹시 모를 영장 재집행을 대비하기 위해 비 내리는 관저 앞에서 우비를 쓰고 버티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약 8시간 동안 이른바 ‘인간 띠’를 두르며 공수처의 진입을 저지하기로 했다.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이 줄어들어 여당 관계자들이 해산한 오후 2시 전까지 모인 현역 의원 수만 4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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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의원의 절반(22명)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경남(TKK) 지역구 의원들이었다. TKK에 지역구를 두 38명 중 58%가 이날 관저를 지킨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로는 강명구·강승규·김은혜·임종득·박성훈·조지연 의원 등이 영장 사수에 나섰다. 한 때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인사로 꼽혔던 장동혁 의원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관저 사수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기현 의원은 발언대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해 수사할 권한도, 체포영장을 집행할 권한도 없다”며 “(또) 불법적 영장은 당연무효로 그 효력이 이미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은 “이런 불법적인 수사 권한에 따른 불법 영장 집행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된 뒤 재차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다시 관저로 모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계엄 정국으로 여론이 들끓자 윤 대통령과 관련한 메시지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최근 수사기관의 전방위 압박에 보수층이 결집하며 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자 여권 내에선 “불법 체포”, “위헌적 탄핵”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대통령을 지키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는 강성 당원들의 성토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윤(비윤석열)계와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은 당의 이러한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가 많은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김재섭 의원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민심이랑 이렇게 많이 괴리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라며 “우리가 광장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 버리면 국정도 더 혼란하고 국민도 불안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들의 관저 집결을 겨냥해 “지금 하는 일은 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결국,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 중도층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비윤계 의원은 “TK 의원들은 사진으로 찍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공천이나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니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데도 강성 지지층만 살피다간 정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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