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고환율로 CET1이 떨어져 각 지주가 발표한 밸류업과 주주 환원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CET1이 일제히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105560)의 CET1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3.5%로 지난해 3분기(13.9%)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신한금융(13.1%→13%), 하나금융(13.2→13%), 우리금융(12%→11.8%) 등 다른 지주들도 마찬가지다.
CET1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달러로 표시되는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달러 가격이 오르면 RWA가 증가해 CET1이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4대 금융지주의 RWA는 1조 8000억 원가량 불어난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만 환율이 165원이 올라 KB금융을 제외하고 신한·하나금융이 밸류업 기준인 CET1 비율 기준(13%)에 겨우 턱걸이를 했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ET1 비율 13%가 중요한 이유는 각 지주가 이 비율을 넘는 초과분을 배당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밸류업 계획에 담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각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이날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밸류업 계획을 확고히 이행하겠다”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양 회장은 “금리·환율 등 변동성 확대로 영업 환경과 밸류업 계획에 대한 주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균형을 이루고 질적 성장 전환에도 성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신한금융 임원 6명은 올 들어 이날까지 총 자사주 7500주를 매입했고 함영주 회장을 포함한 하나금융 임원들도 연말 9350주를 사들이는 등 자사주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사들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경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RWA를 감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자이익에만 기대지 말고 최소한의 자본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