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대상에 대기업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부의 민간 투자 유도 방안까지 후퇴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더욱 깎아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2025 경제정책방향’에서 대기업을 투자 여건 개선 등의 이유로 임투세액 공제 연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임투세액 취지 자체가 투자가 안 좋을 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투자 여건이 양호한 환경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2024년 결산 당시에 주요 대기업에서 세수 결손이 발생할 정도로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대기업의 현금 흐름이 개선됐고 투자 환경도 좋아졌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 기재부 세수 추계 결과 2023년 주요 대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지난해 수출 호조 등으로 재무 요건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둔화세가 나타난 데다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투자 의지는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가량이 올해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가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11.4%는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 전망과 국내 투자 환경 악화 등이 지목됐다.
산업계는 임투세액 연장 등 인센티브가 유지돼야 움츠러드는 투자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하지 못하면서 세제 혜택을 소급해서 적용받지 못한 점 등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투자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경협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유지된다는 가정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했는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석유화학 업종 등 일부 업종은 세제 혜택에서 소외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는데 투자마저 위축되면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재정 건전성 확보와 경제성장률 제고의 양 측면을 고려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첨단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국가전략기술 R&D 투자, 반도체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확대했다”며 “대기업에 대해 다양한 투자 지원을 하고 있으며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정책을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