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여교사 8명을 대상으로 수백 건의 불법 촬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이 사건의 주동자 A군의 휴대전화에서 300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다. A군의 휴대전화에는 여교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인의 불법 촬영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직접 가담한 가해자는 3명의 고3 학생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조직적으로 불법 촬영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 여교사들은 훨씬 이전부터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한 학생이 교사의 시선을 끄는 사이 다른 학생이 촬영하는 등 치밀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주동자 A군은 교사들의 신뢰를 악용해 퇴근 후 교무실에 침입, 교사들의 책상을 뒤져 생리대까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교사 B씨는 "처음 의심했던 날 제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학생을 다 처치해 주고 뭘 하다가 뒤를 딱 돌아보니 학생이 제 뒤에 있었다. 눈을 내려 다리 쪽을 보니 폰 렌즈가 나를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손목이 아프다며 양호실에 왔던 A군은 B씨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도 화들짝 놀라며 "폰이 꺼져서 사진을 못 찍는다" "내 폰에는 내 사진이 너무 많아서 아무도 보여줄 수 없다"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학생들이 '레츠고'를 외치며 마치 놀이처럼 촬영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학생부장과 교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A군은 범행을 시인했다. B씨는 "평소 성실한 모범생으로 알려진 학생이었기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학교 측은 해당 사건이 발각된 후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강제 전학과 특별 교육 20시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군은 이미 ‘SKY’ 대학 중 한 곳에 합격해 등록을 마쳤으며 공범 중 1명도 수시 합격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들은 "가해 학생들이 강제 전학을 가더라도 겨울방학 보내고 졸업한 뒤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게 끝 아니냐" "주동자 격의 학생이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처벌로는 재발 방지가 어렵다" 등 불만을 토로헀다.
한편 가해 학생의 부모 중 누구도 피해 교사들에게 사과나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