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그룹, 국내서 '역대 최대' 24.3조 투자…전동화·SDV 전환 가속화

전년 투자액 20.4조원 대비 19% 확대

"역대 최대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하이브리드·EREV로 전기차 둔화 대응

전기차 생산시설 늘리고 혁신공법 도입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 혁신 허브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전기차 등 전동화 분야에서 경쟁사들이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로 친환경차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미래 제품군을 빠른 속도로 확보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서 24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년 투자액인 20조 4000억 원보다 19%(3조 90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연간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올해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흐름 속에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주요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올해에는 보편관세(10~20%) 부과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거론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며 대응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혼다와 닛산은 합병을 추진하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대규모 투자로 산재해 있는 돌발적인 경영환경 변수를 극복하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극복하며 더 강해졌다”며 현대차그룹의 위기 극복 DNA를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는 중장기 투자 방향성에 따라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 및 SDV 가속화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연구개발(R&D)투자로 11조 5000억 원, 경상투자로 12조 원, 전략투자로 8000억 원씩 집행될 예정이다.

연구개발 투자는 제품 경쟁력 향상, 전동화, SDV, 수소 제품 및 원천기술 개발 등 핵심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해 사용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EREV 등을 개발한다.



전기차 신모델 개발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2030년 경제형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아도 2027년까지 다양한 목적기반차(PBV)를 포함해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춘다. SDV 분야에서는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시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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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투자는 전기차·신차 생산시설 확충과 제조기술 혁신 등 인프라 보완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를 완공하고 고객 맞춤형 PBV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에서는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동차 혁신 공법도 도입된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는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인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신설한다. 전동화 차량 등 차세대 제품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투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올해 투자액을 사업군별로 분류하면 완성차 분야 투자액이 67%인 16조 3000억 원를 차지한다.

EV, SDV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및 수소 버스·트럭 개발과 수소충전소 구축, 수소 제품 및 기술 연구 등 수소 생태계 구축에도 매진한다.

완성차 분야 외에 부품, 철강, 건설, 금융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8조 원을 투입한다. 부품 분야에서는 전동화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및 생산 라인 신증설, 차세대 친환경 부품 개발, 전기차 모듈 신공장 구축 등을 추진한다.

철강 분야는 전력비용 감축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건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소화설비 신설, 안전 강화 관련 투자 등에 나선다. 건설 분야는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사업, 소형모듈원전,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신사업 발굴을 추진한다.

금융 분야에서도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한 IT 시스템 및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고 물류 거점과 친환경 자동차 용선 확대, 방산 및 철도 차량 관련 핵심 역량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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