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엔비디아와 동맹 넘어 혈맹 맺는 SK…HBM‧유리기판서 전방위 협력 [biz-플러스]

최태원, 9개월 만에 젠슨 황 CEO와 대면

"HBM 개발속도, 엔비디아 요구 넘어서"

피지컬 AI에서도 추후 협력 확대하기로

SKC 유리기판은 엔비디아향 공급 시사

"국가적 특성 활용해 AI 산업 적극 육성"

최태원 SK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전시장 내 마련된 SK 부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최태원 SK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전시장 내 마련된 SK 부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Michelob Ultra Arena)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혈맹을 확고히 했다. 최 회장은 9개월 만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데다 AI 패권 다툼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피지컬 AI’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에 SKC(011790)의 유리기판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점도 시사하며 협력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9개월만 만난 두 수장…SK하이닉스(000660) HBM 치켜세웠다



최 회장은 8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중인 ‘CES 2025’ SK 전시관에서 국내 취재진과 간담회를 열고 “오늘 황 CEO를 만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황 CEO가 대면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가 고도화되는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는 더 빨리 (HBM을)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이러한 요구를 넘고 있다”며 “‘헤드투헤드’ 전략으로 서로 개발 속도를 더 빨리 하고 있다는 것이 HBM과 관련해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황 CEO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다.

최 회장과 황 CEO는 이번 CES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피지컬 AI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번 CES는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하고 상식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라면서 “황 CEO와 피지컬 AI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25'에서 SK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성형주 기자최태원 SK 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25'에서 SK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성형주 기자


'방금 팔고 왔다'…엔비디아에 유리 기판 공급 시사



이번 회동에서 시장이 주목한 것은 SKC의 유리 기판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부스를 둘러보던 중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접 고객사를 만나 유리기판 공급을 확정지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시장과 업계에서는 엔비디아향으로 SKC의 유리 기판이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SK그룹 부스를 찾았는데, 부스를 찾기 전 황 CEO를 만나고 왔기 때문이다. 시간상 최 회장이 황 CEO를 만난 직후 CES 전시관을 찾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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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기판은 반도체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차세대 기판이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표면이 더 매끄러워 노광장비를 활용해 더 많은 초미세 선폭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반도체 속도는 기존보다 40% 빨라지는 반면 전력 소비량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실리콘을 중간 기판으로 끼워넣지 않아도 돼 패키지의 두께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SKC는 유리기판 사업 투자사인 앱솔릭스를 필두로 시장 선점을 위해 애쓰고 있다. 세계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에 양산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에는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 달러를 각각 확보했다. 현재 앱솔릭스는 다수의 고객사와 양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AI는 선택 아닌 생존…뒤처지면 韓 모든 산업 위기”



이날 최 회장은 AI 패권을 차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짚으며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든 조선이든 우리나라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패권 다툼에서 기술 자립 달성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이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국가적 특성을 활용해 AI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AI 기술이 진화하면서 닥칠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격차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앞서 SK와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본 최 회장은 AI 기술과 관련해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지, 뒤따를지에 따라 부침의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CEO 세미나’ 폐회사에서도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바 있다.

최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압도적인 강점이 있는 국가적인 특성을 백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특화 없이 전체적으로 AI 사업을 하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세계 경쟁에서 이길 리 만무하다”며 “제조업 관련 AI든, 로봇 관련 AI든 특정 지역을 전략화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AI 기술 주권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어떤 형태로든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해야 한다”며 “AI 인프라와 관련해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 미래를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인프라와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AI 인프라 스트럭처와 사람”이라며 “교육을 통해 얼마나 많은 AI를 상시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지, AI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이 AI를 가지고 실험해 결과가 나오는 기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라스베이거스=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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