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정책·제도

'5극 3특'이 지방 부동산 시장에 일으키는 새로운 변화 [윤수민의 부동산 Insight]

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10월 31일 국립한국교통대 충주캠퍼스에서 열린 2025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추계학술대회 정책 세미나에서 '5극3특 권역별 메가시티 중심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10월 31일 국립한국교통대 충주캠퍼스에서 열린 2025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추계학술대회 정책 세미나에서 '5극3특 권역별 메가시티 중심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서울 집값 과열에 따른 주택 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전세 가격에 이어 매매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년간 침체가 깊었던 지방 주요 도시들에서 최근 들어 거래량이 살아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도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 새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전략이 더해지며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어오길 기대하는 심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방 시장에서 이 정책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경기 반등을 넘어 앞으로 지역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5극 3특은 전국을 다섯 개의 광역 경제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으로 묶고, 별도로 세 개의 특화 권역(제주·강원·전북)을 설정해 지역별 강점을 극대화하는 초광역 전략이다. 과거에는 각 도시가 자체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광역권을 하나의 경제·생활권 단위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고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각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계획의 핵심으로 도시 간 이동 시간 단축, 생활권 확장, 산업 기능의 광역 배치 등이 제시됐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교통·산업·주거 전략도 상세히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광역 교통 인프라 분야다. 예를 들어 동남권에서는 부전–마산 철도와 동해선 광역철도 확충, 그리고 부산·양산·울산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으려는 광역전철 사업이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되며 권역 통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경권은 대구경북신공항을 중심으로 공항철도와 중앙선 복선화가 추진되고 구미·경산·의성·영천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축이 강화되는 중이다. 중부권에서는 광역철도 1·2단계 사업과 세종–대전 BRT 고도화가 진행되고, KTX 세종역 논의가 더해지며 사실상 단일 생활권으로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호남권 역시 광주도시철도 2호선, 광주–나주 광역철도, 전라선 고속화 등 다양한 교통망 개선이 병행되며 도시 간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특화권역인 강원 역시 동서고속철도와 춘천–속초 고속철도 같은 굵직한 사업을 통해 관광·산업 기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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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 권역에서 추진되는 교통망 확충은 단순히 ‘이동이 편해진다’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생활권과 가치 축을 완전히 재편하는 힘을 갖는다. 지방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준도 기존의 소규모 도시 단위에서 대규모 ‘권역 단위’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각 권역의 새로운 핵심지는 어디가 될까. 서울 강남처럼 전국적 상징성을 갖춘 지역이 아니더라도, 광역 교통망의 중심이 되거나 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은 앞으로도 꾸준히 중심축 역할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방은 인구·경제학적으로 학군지의 영향력이 수도권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수성구나 광주 봉선동처럼 교육·생활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은 광역 생활권 확장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중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광역 생활권의 혜택이 집중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교통망과 산업 배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지역도 생길 수 있다. 즉 광역화가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는 중심부와 주변부 간 격차가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권역에 속하는가’가 아니라, 그 권역 안에서도 어떤 지역이 교통·학군·일자리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가치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5극 3특 전략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 오랜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광역 생활권의 확장은 지방 시장의 잠재력을 넓히는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중심지가 어디가 될지를 재정의하고 있다. 향후 지방의 주거 전략을 세울 때는 ‘지역 전체’가 아니라 ‘권역의 중심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다면 지방 부동산에서도 충분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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