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의 집 애는 미끄럼틀 금지?… '벌금 10만원' 으름장 놓은 고덕동 아파트

'고덕아르테온'이 보낸 공문을 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가 공개했다. 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 갈무리'고덕아르테온'이 보낸 공문을 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가 공개했다. 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 갈무리




공공보행로 차단을 시도했던 서울 강동구의 한 역세권 아파트가 이번엔 외부인에게 '질서유지부담금'을 물리겠다고 통보했다. 특히 외부인이 전동킥보드나 전동자전거 등을 타고 단지를 통과할 경우 1회당 20만 원, 어린이놀이터 출입할 경우 10만 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근 단지 주민과의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3일 강동구 등에 따르면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아파트는 최근 단지 내 보행로·공용시설에 대한 외부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공지사항을 입주민과 인근 단지에 배포했다.

공문에 따르면 단지는 전동킥보드·전동자전거·오토바이 등 전동기기의 지상 출입 및 주행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최대 20만 원의 질서유지부담금(위반금)이 부과될 수 있다. 어린이놀이터 출입, 단지 내 흡연, 쓰레기 무단투기, 반려견 배설물 미처리 등 금지행위에도 1회 1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공문에는 “단지 내 정숙·청결·안전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까지 담겼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인근 아파트에 붙은 ‘고덕그라시움’의 공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인근 아파트에 붙은 ‘고덕그라시움’의 공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외부인의 단지 출입과 시설 이용도 대폭 제한된다. 공문에는 “외부인은 상일동역 5번 출구~아랑길 일부 구간을 제외한 단지 내 구역 출입을 금지한다"며 "입주민과 동행하지 않은 외부인의 출입은 시설 이용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허용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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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측은 최근 외부인 출입 증가로 소란·이물질 투기·시설물 훼손 등의 안전·질서문제가 잦아졌고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여름 인근 단지 청소년들이 고덕아르테온 지하주차장에 무단 침입해 소화기 분말을 난사한 사건도 규정 강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차량과 시설 일부가 훼손되면서 단지 내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근 단지 입주민들은 “사유지 논리를 내세운 과도한 통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덕아르테온 단지 내 일부 보행로는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통학·출근 동선으로 쓰이며 사실상 지역 공공보행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아랑길 인근 보행로는 주변 아파트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이기도 하다. 통제가 시행될 경우 통행 동선이 차단되거나 크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동구도 주민 민원을 접수하고 아파트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구에 따르면 고덕아르테온 단지 보행통로는 ‘고덕택지 제1종 지구단위계획’과 ‘고덕주공3단지 세부개발계획’에서 공공보행통로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됐다. 또한 ‘고덕택지 제1종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제4조는 이 구간을 일반인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개방 공간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근 단지 주민들은 "관공서도 아닌 아파트가 일반 시민에게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공공보행로를 차단하려 했지만, 구청 반발로 볼라드만 설치할 수 있게 되자 펜스를 치기 위해 주변 단지에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런 방식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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