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년 만에 한국 교육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는 OECD 평균을 상회하지만, 여전히 사교육 의존도가 매우 높고 치열한 경쟁 문화로 인해 학생들이 정서·심리적 부담을 받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비판적 사고력이나 자기주도성 등 인공지능(AI) 시대에 요구되는 미래 핵심 역량의 경우 한국 학생들이 비교적 취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OECD는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KEDI)이 5일 공동 개최한 한-OECD 국제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 교육정책전망(EPO) 보고서 2025'를 공개하고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 교육정책전망보고서가 발간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약 9년 만이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는 교육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매우 경쟁적인 선발 방식 등 다른 관행들이 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적 분위기로 인해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관련 가계 지출은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교육의 핵심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험 결과가 명문 대학 진학 여부는 물론이고 향후 소득·고용안정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고부담(high-stakes) 평가'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빈번하게 실시되는 탓에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표적인 고부담 시험으로 꼽고 “그동안 한국은 수능 성적에 몰리는 과도한 집중을 낮추기 위해 대입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다양화하거나, 비중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 사교육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8학년도부터 새롭게 개편되는 수능이 향후 사교육 수요를 높이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디지털·AI 교육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에 비해 학생들의 관련 역량은 OECD 평균보다 떨어진다는 분석도 담겼다. 이날 연사로 나선 다이애나 톨레도 피게로아 OECD 교육정책전망 프로젝트 책임자는 2018년~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기반해 “한국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은 매우 높지만,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역량’ 을 갖춘 15세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25%로 OECD 평균치(47%)보다 낮았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지수 역시 OECD 평균치를 하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학습 방식을 개선한다면 학생들이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더 온전히 누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우리 교육에 혁신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OECD와 협력해 한국의 AI 기반 교육정책을 발전시키고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미래교육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