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250㎿(메가와트)에 불과했던 해상풍력발전소의 준·착공 누적 보급량을 10년 뒤 25GW(기가와트)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에 풍력발전소 전용부두를 확보하고 15㎿급 전용 설치선(WTIV)을 두 척 이상 확보해 연간 4GW의 설비를 보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상풍력 기반시설 확충 및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향후 10년 동안 25GW 규모의 설비가 준·착공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중장기 계획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에 집중해 2030년 이후 해상풍력 보급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망라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매년 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베스타스 15㎿ 모델 기준 타워 높이가 125m가 넘고 날개 길이가 116m에 달하는 등 규모가 상당하다. 타워에 날개 길이를 더하면 남산타워(236.7m)에 준하는 크기다. 이런 거대한 타워·블레이드 자재를 적재해뒀다 옮겨 설치해야 하므로 전용부두와 설치선이 필수다.
문제는 국내에는 해상풍력 전용부두가 목포신항의 2선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해상풍력 프로젝트 대부분이 서남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목포신항의 전용부두를 4선석으로 늘리고 민간이 자체 개발한 해남화원산단의 적재 시설도 전용부두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울산 남신항을 비롯해 인천항, 군산항, 포항 영일만항, 새만금신항 등에 해상풍력 전용부두 설치를 추진한다.
WTIV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금은 10㎿ 규모 WTIV 2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진행될 대형(15㎿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한화그룹이 2028년 6월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투입을 목표로 건조 중인 15㎿급 WTIV에 더해 한전과 민간이 공동 출자해 15㎿급 WTIV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간 설치 가능 설비 규모는 2.5GW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년 이후 2척을 추가 확보하는 방식으로 총 4GW 보급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용부두와 WTIV 모두 15㎿ 플러스 형태로 확보할 것”이라며 “향후 개발될 20㎿ 이상 발전기 설비를 모두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처럼 공급 능력을 확보한 뒤 내년 상반기 중 10년 치 입찰 로드맵을 공개해 발전 단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민간이 수주를 목표로 터빈과 하부 설비 생산능력을 키우면 단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겨냥한 대책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kWh(킬로와트시)당 330원 수준인 해상풍력발전 단가를 2030년에 250원 이하, 2035년에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 지원과 인허가 단축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우선 150조 원 규모로 구축될 예정인 국민성장펀드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1단계 펀드로 1조 2600억 원이 조성된 미래에너지펀드도 해상풍력에 투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해상풍력 보증 금액은 건당 32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높이고 융자 지원 한도도 800억 원에서 1600억 원으로 증액한다.
기존에 6개월 가까이 소요되던 해상풍력 안전검사 기간은 일주일 수준으로 대폭 단축한다. 프로젝트 진행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히던 군 작전성 검토의 경우 기후부가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전수조사해 군 당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후부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 이후 출범 예정이던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연내 조기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우선 20㎿급 이상 초대형 터빈 자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세계적으로 상용화 초입 단계에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핵심 기술 R&D로 독자 모델을 확보한 뒤 100㎿급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