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산업의 신용도는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회복세와 전통 제조업의 구조적 부진이 동시에 뚜렷해지며 양극화가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S&P글로벌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10일 공동 미디어 간담회에서 “내년 산업별 실적·신용도 흐름이 중국 공급과잉·미국 정책 변화·원화 약세 등 복합 변수에 따라 크게 갈릴 것”이라며 “반도체에 편중된 회복에 그치며 석유화학·철강·건설 등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중국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내년 14개 주요 산업 매출이 1642조 원으로 5% 늘겠지만, 증가분의 대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며 “석유화학·2차전지·철강·건설은 중국 경쟁 심화와 내수 부진이 이어져 신용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 전체 영업이익은 170조 원으로 39% 증가하지만 이익 개선 역시 대부분 반도체 영향”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매출 성장률은 2.8%에 불과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버블론 논란에도 당분간 빅테크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진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등급 상향은 조선, 방산, 전력기기 업종 등이었다.
업종 간 실적 및 신용도 격차가 내년에 더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박준홍 S&P글로벌신용평가 아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상무는 “반도체와 조선은 글로벌 수요 회복과 투자 확대의 영향을 받으며 신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석유화학·배터리·철강 등은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고환율 역시 내년 산업 전반의 신용도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지목됐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상무는 “달러 강세와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상승은 수입 원가 부담을 높여 제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P글로벌신용평가는 내년 한국 기업의 신용 여건에 대해 "녹록지 않겠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만큼 대외 변수에 대한 업종별 민감도가 기업 실적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P는 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와 재무정책이 ‘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