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중남미 HVAC(냉난방공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 적기에 진출해 수주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달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플랙트 인수를 완료한 이후 사업 영토를 넓히면서 본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페루 북부 치클라요에 처음으로 공조 전문 교육센터를 개설했다. 인근에 위치한 피우라라는 도시에 냉난방공조 제품을 위한 물류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센터는 페루 지역의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에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칠러 등 삼성의 최신 공조 솔루션의 제품 시연과 시공·유지보수 실습을 묶어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기술 인력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물류 거점을 조성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중남미는 최근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냉난방공조 사업의 잠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브라질에 2034년까지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위해 2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근 국가인 칠레에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열을 효율적으로 식힐 수 있는 냉각솔루션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중남미는 광섬유 해저케이블을 통해 미국 등의 수요 국가와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데이터센터 허브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KOTRA에 따르면 중남미 데이터센터 산업 투자 규모는 2027년 91억 달러(약 12조 957억 원)를 기록하며 연평균 성장률 7%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으로 세를 늘리기 시작한 북미 공조사업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미’를 설립했고 올해 하반기엔 캐나다의 HVAC 유통사 ‘파워매틱’. 미국 미시간주 기반의 ‘에어테크’ 등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충했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는 국가에 HVAC 기술 교육·물류 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에는 2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플랙트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데이비드 도니 최고영업책임자(CSO)로 교체하는 등 공조사업 리더십도 재정비했다. 중장기적으로 플랙트의 국내 생산라인 설립도 추진해 국내외 전방위적으로 AI데이터센터 시장 대응력을 높일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활가전(DA) 사업부에서 냉난방공조 산업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삼성이 사업 확대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상업용 설비 중심의 B2B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