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海南)성 전역이 무관세 특구로 지정되면서 현지 쇼핑 관광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금 가격 차이가 부각되며 하이난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언론 성도일보에 따르면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하이난금장신구1만위안절약’, ‘#하이난금34g가격에40g구입’ 등 무관세 쇼핑 관련 해시태그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중국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끄는 금 40g(약 10.7돈)을 하이난에서 구매할 경우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해 본토보다 1만 위안(약 21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세 조치가 시행된 이달 18일 기준 하이난에서 판매된 금 장신구의 g당 가격은 1184위안(약 24만8000원)이었다. 같은 날 중국 본토의 g당 가격은 1353위안(약 28만4000원)으로, g당 169위안(약 3만6000원)의 차이가 났다. 40g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6760위안(약 142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추가 할인 혜택도 있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CDF 면세점 한 매장 관계자는 “1만 위안 구매 시 500위안을 할인하며, 40g을 구매할 경우 2000위안을 할인받아 총 8000위안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하이커우시 정부의 할인 쿠폰까지 더하면 최대 1만1160위안(약 234만8500원)까지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관세 정책 시행 직후 인기 품목도 빠르게 나타났다. 무관세 시행 첫날에는 하이커우시 룽화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말레이시아산 고급 열대과일 두리안이 주목받았다. 1.5톤이 ㎏당 78~98위안(약 1만6000원~2만600원)에 판매돼 1시간 만에 완판됐다.
하이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년 휴가를 앞두고 오는 1일 기준 하이난행 중국 국내선 항공편 예약 건수는 72만 건을 넘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하이난의 무관세 특구 전환이 단순한 소비 촉진을 넘어 동아시아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홍콩의 30.4배, 싱가포르의 46배에 달하는 하이난성 전역에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무관세 대상 품목도 기존 1900여 개에서 6600여 개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수입 설비에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반도체 산업 기지로 성장할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다. 대만 매체 연합보는 22일 “지난 10월 중순 화신(華芯)반도체가 3억3500만 위안(약 705억 원)을 투자해 웨이퍼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며 “40년 전 작은 어촌 마을이던 선전이 중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 듯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선전 2.0’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