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로 헌정사상 처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장 대표는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연단에 섰다. 장 대표는 법안 상정 직후인 오전 11시 40분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이날 오전 9시 기준 21시간 넘게 발언 중이다. 지난 9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세운 최장 기록인 17시간 12분도 훌쩍 넘겼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시작 후 20명 안팎의 조를 꾸려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켰다. 이날 오전 5시경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이 경신된 이후 본회의장에서는 “기록 깼습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박수도 나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의원들은 경내에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 발언 도중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집중 부각했다. 그는 “비상계엄 내란특별재판부는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반헌법적인 특별재판부”라며 “민주주의 국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중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동참이 없었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도, 이재명 대통령 권력 탄생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한 언론의 사설을 읽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회의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발언을 들었다. 그는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