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소각 의무화 앞두고 자사주 처분 ‘막차’ 몰려…한달 새 2배 급증

12월 128건…코스닥 기업에 집중

처분 금액도 석달 만에 5배 이상 ↑

정책 취지와 달리 단기 변동성 커져

"체계적 제도 설계·속도 조절 필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오승현 기자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오승현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상장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서둘러 처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미리 정리하려는 공시가 급증하면서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내건 당국의 정책 취지와 달리 단기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 기준 ‘자기주식 처분 결정’ 공시는 총 12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59건에 비해 2.2배 급증한 수치다. 해당 공시 건수는 9월 66건, 10월 55건, 11월 59건으로 그간 매달 50~60건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이달 들어 갑작스럽게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내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자사주 처분 규모 역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상장사들이 처분한 자사주 금액은 9월 605억 원에서 10월 935억 원, 11월 1601억 원으로 점차 늘어났는데 12월에는 처분 예정 물량을 포함해 335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석 달 만에 5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자사주 처분은 시장에 공급되는 주식 물량을 늘려 단기적으로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우기 때문에 주식시장 활성화 등 정부 정책과도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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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처분 공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9월 40건, 10월 35건, 11월 39건에서 이달(23일 기준) 72건으로 크게 늘었다. 중소·중견 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 특성상 자사주 소각에 따른 재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동성 관리 필요성도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소각 의무화가 오히려 기업들에 소각 회피용 처분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반도체 장비 전문 기업 유진테크는 이달 11일 30만 주의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11일 7만 7600원에서 이날 7만 3900원으로 4.7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종 업계인 피에스케이와 라온테크 주가는 각각 6.96%, 9.70% 상승했다. LB세미콘 역시 8일 76만 5000주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밝힌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15.22% 떨어진 반면 두산테스나는 같은 기간 4.85% 상승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보다 체계적인 제도 설계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장기적인 유인책 없이 의무 소각 등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시행할 경우 이번과 같은 단기적인 반작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들의 주주 환원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자사주 매입에 대한 유인책이나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소각 의무화부터 추진할 경우 기업들은 처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은 연구개발(R&D)이나 공장 증설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배당과 내부 투자 중에서 보다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단계적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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