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결제 주체로 등장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로컬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의사결정과 결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결제 통화 역시 각국 시장 구조에 맞춰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 장 카이트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용자가 활용하는 AI 에이전트라면 국내 가맹점과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로컬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책정과 회계 구조 역시 로컬 기준을 따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도 함께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AI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화 주체다. 커머스 영역에서는 그동안 조건에 맞는 상품을 검색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결제까지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트 커머스로 활용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구 구매 시 주방 공간이나 인테리어 스타일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AI에이전트가 이에 맞는 제품을 선별하고 결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치 CEO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 각 국가의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트AI는 이 같은 AI에이전트 결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AI에이전트 간 자율적 거래와 결제를 목표로 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초고빈도·소액 거래 구조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에 초점을 뒀다. 치 CEO는 “카이트는 인간 중심 결제가 아니라 에이전트 네이티브 결제를 기준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카이트 자체 토큰(KITE)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빗썸에 상장돼 있다.
그는 기존 카드·은행 중심 결제 인프라의 한계도 지적했다. 치 CEO는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은 중개 단계가 많고 정산에 시간이 걸린다”며 “AI 에이전트 간 거래에서는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와 즉시 정산이 가능한 결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글로벌 투자사들도 주목했다. 카이트AI는 9월 페이팔벤처스와 코인베이스벤처스, 삼성넥스트, 해시드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VC)로부터 약 1800만 달러(약 262억 2060만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약 3500만 달러(약 509억 9150만 원)다. 치 CEO는 “AI에이전트 결제가 확산될 경우 기존 결제 구조와는 다른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에 투자사들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치 CEO는 정부 정책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수라고 봤다. 그는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유도하는 정책이나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달러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점진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 환경이 명확해지면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