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과열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모주 중장기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법안은 지난달 24일 정무위원회 법안제1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논의되지 못했고 이달 14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다른 안건들에 밀려 심사되지 않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올 2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에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연말에서야 겨우 상임위 법안소위에 상정되는 데 그친 것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자본시장 관련 법안들도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아 심사가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IPO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발행기업과 상장주관사가 기관투자가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를 대거 배정하는 제도로 홍콩·싱가포르·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 제도화됐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한 기관투자가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 국내에서는 2018년 한국거래소가 처음 도입을 제안한 후 금융 당국에서 IPO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때마다 포함됐으나 7년째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2023년에도 국민의힘이 관련 법안을 내놓았지만 결국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내 IPO 시장은 7월 공모주 배정 물량의 30%(내년부터 40%) 이상에 대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의무 보유(15일 이상)를 확약한 기관투자가에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가 강화되면서 상장일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은 개인투자자들은 의무보유확약에서 자유롭기에 대부분 상장일 주식을 팔고 떠나며 공모주 투자가 ‘용돈벌이’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고착화됐다. 단기간 의무 보유를 확약한 기관투자가들의 물량이 풀리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잦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투기장’으로 변질된 IPO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너스톤 투자자는 장기 투자이고 대규모 투자이다 보니 단기성 기관투자가 이슈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제도”라고 짚었다.
제도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정치권이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코너스톤 제도와 관련해 “자본력과 거래 이력이 풍부한 대형 기관이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형 운용사나 개인투자자는 공모 시장 접근 통로가 아주 좁아졌다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는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청약 참여를 줄이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며 “미국은 개인투자자에게 아예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