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수백억 제작비 파격 선지급…오겜·킹덤 등 블록버스터 탄생 이끌어

[넷플릭스 韓진출 10년의 명암-K콘텐츠 무한확장]

스크린 대작 맞먹는 투자 지원에

제작관행 깨고 질적성장 이끌어

글로벌 시장서 시청자 사로잡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킹덤’ ‘흑백요리사’ 등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줄줄이 탄생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전까지 넷플릭스 사상 역대 최대 시청 수를 기록했으며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등 배우들도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K콘텐츠는 이전 ‘한류’ 열풍 때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오징어 게임’ 시즌1이 공개됐던 2021년 9월은 코로나19로 인해 OTT가 급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OTT가 극장 등 오프라인 콘텐츠 플랫폼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약 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가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다.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킹덤’ 시즌1,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킹덤’ 시즌1은 당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350억 원이 투입돼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던 제작비 전액 선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사에 제작비의 40~50% 정도를 사후에 지급하는 구조였다. 이처럼 막대한 제작비를 미리 전액 지급하고 글로벌 유통망까지 제공하는 넷플릭스행을 택하는 제작사들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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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제작 상황은 넷플릭스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 인건비 등이 늘어나며 높아진 제작비를 모두 지급해주겠다고 나선 것도 넷플릭스였다.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비를 전액 선지급하는 조건은 한국 방송 역사상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며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제작비가 1.5배 정도 상승하고 배우 출연료도 올랐는데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 게 넷플릭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이 K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인정하게 되면서 K콘텐츠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이끈 K콘텐츠의 글로벌화는 K팝이 유튜브를 통해 해외 팬을 만나고 해외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영상 시장은 나라별로 판권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조였는데 판권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로 단일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조건 아래 K콘텐츠는 이전에 비해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작품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례하는 까닭이다. 올해만 해도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악연’ ‘계시록’ ‘자백의 대가’ ‘당신이 죽였다’ ‘흑백요리사 시즌2’ ‘대홍수’ 등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작품들이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게 목표가 됐다.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등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요즘 드라마 제작사는 모두 넷플릭스에 납품을 하려고 기획을 한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이 너무 매력적인 데다 제작 단가도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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