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회문제 해결에 함께 하는 기업

이장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

이장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이장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




연말은 자선과 기부의 달이다. 한국의 사회 공헌 지형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다. 전체 사회 공헌 지출의 상당 부분을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기업의 사회 공헌 비중이 5% 안팎에 그치고 개인 기부가 중심이 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사회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는 기업의 책임이 무겁다는 뜻이자 사회 공헌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사회적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단순한 기부 규모보다 어떤 철학과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은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사회 공헌의 방향에서 분명한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역량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 인재 육성은 삼성 사회 공헌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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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과는 여러 대표 사업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희망디딤돌’ 사업은 지난 10년간 약 5만 명의 자립 준비 청소년을 지원하며 거주 지원부터 취업 교육까지 돕는 모범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전문 교육을 제공해 현재까지 8000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기업의 기술 역량이 사회문제 해결로 확장된 좋은 사례다.

교보생명은 ‘국민교육진흥’ 창립 이념을 살려 2002년 교보다솜이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고 보호 아동 성장 지원, 청각장애 아동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기업의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2000년부터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시작해 시민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공 문화 축제의 장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 공헌은 과거의 기부와 자선을 넘어 기업 고유의 역량과 재능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흐름이자 선진국 대한민국에 걸맞은 사회 공헌의 방향이기도 하다.

한편 개별 기업이 혼자 하기보다는 다양한 기관 및 정부 등과 함께 풀어가야 할 사회 공헌 분야도 있다. 자살·저출산·고령화·양극화 같은 구조적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이러한 협력형 사회 공헌의 대표적 사례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등 18개 보험사가 함께 참여해 설립된 재단은 기업 간 연대가 어떤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단이 2011년부터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등 20곳에서 운영하는 ‘SOS 생명의 전화’는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다. 특히 재단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자살 예방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장해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상담 서비스는 전 국민 대상 ‘마들랜’ 플랫폼과 청소년 대상 ‘다들어줄개’로 발전하며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즉각 개입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기업과 정부·재단 등 다양한 사회 공헌 주체들이 협력해 국민의 생명을 지킨 대표적 사례다.

지금 한국 사회는 복합적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사회 공헌은 다양한 주체 간 협력과 소통으로 확장돼야 한다. 사회 공헌도 함께할 때 더 강해지고 복잡한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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